생각보다 나는 아침을 좋아하는 애였다. 햇살 밑에 누워 낮잠을 자는 것도 좋았다. 커튼과 함께 일렁이는 햇빛을 볼 때면 어딘가 모르게 안도가 되었다. 예전의 집에서 벗어났구나, 싶어 저절로 막힌 숨이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올빼미 생활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으나 전부 착각이었다. 그렇게 불면증으로 고생하며 밤을 싫어했으면서 올빼미 체질이라도 굳게 믿어온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조금씩 생활을 바꾸어 나갔다. 약속이 없더라도 동네 카페에 나가 자리를 잡았다. 매일 먹던 커피를 끊었다. 커피로 연명해온 하루가 너무 길었던 탓에 단번에 끊기는 힘들었지만 커피는 나와 맞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뛰고 호흡이 똑바로 되지 않았다. 항상 커피를 마셔온 탓에 이게 카페인 때문이란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다. 카페인 부작용이 불안의 증세와 너무 닮아 되려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고작 이런 것들이 어떻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의심을 하던 날 역시 많았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내게 행복은 노력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었고, 이런 소소한 행복은 시간 낭비라며 금방 손에서 놓아버린 전적이 너무나 많았다. 그럴 때마다 되뇌었다. 시간을 낭비해도 된다고. 오늘의 내가 행복했다면 그 시간은 충분한 것이라고. 의심은 또 내 발목을 잡고 흔들어대었고, 그때마다 불안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낭비하다 다시 고생하게 되면 어떻게? 불안이 내 몸을 칠할 때마다 사람들의 말을 되새겼다. 쉬어도 돼. 강박을 내려놓아도 돼.

 

 이건 강박이었다. 쭉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불안이었다. 나는 사실 이 강박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어. 내가 원했던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살이 시커멓게 물들 때까지 때렸던 아빠, 집안에 빚이 점점 늘고 있어도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아빠, 그러면서 기분이 안 좋을 때 내 밥을 엎어버리던 아빠의 모습을 나는 늘 눈으로 좇고 있었다.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내 뒤에는 언제나 아빠가 있었다.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그러면서도 엎어졌고, 엎어져 있을 때면 방 안에 있는 아빠가 생각났다. 여전히 멈춰있는 것들은 무서워. 나는 아빠를 닮은 애니까. 그게 무서워. 그러면 나는 또 달렸다. 아빠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어쩌면 내가 애인에게 미안해했듯이 아빠가 가족들에게 미안해했으면 했던 것 같다. 내가 몸이 부서져라 맡은 일을 했던 것처럼 결국엔 아빠가 그렇게 우리를 보호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나는 다시 극에 오르고 싶었던 걸까.

 

 어차피 이미 끝난 이야기. 나는 새로운 집을 얻었고, 새로운 가족들과 살고 있다.

 

 이제는 정말 벗어날 필요성이 있었다. 강박이 내 목을 조르는 날에는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애인은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쉬어도 된다고. 몇 번이나 하고 싶었던 질문을 간신히 내뱉을 수 있었다. 내가 밉지 않아? 넌 그 고생 안 하고 살 수 있었잖아. 날 만나서 고생한 거잖아. 애인은 정말 가볍고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무심하게 말했다. 응, 괜찮아. 길게 한 질문에 끝까지 단답이라 헛웃음이 나왔다. 성의가 없다고 화내야 하는 건지, 너다워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몰라 한참을 노려보았다.

 

 가만히 있을 때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고, 그때마다 애인은 자기를 믿어보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물에 잠긴 기분이 들었다. 나른하고 따뜻하면서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애인은 나를 달래면서 옆에 있어 주었다. 다른 사람의 그늘의 누워있는 게 어색해 몇 번이나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괜찮다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다.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하나둘 치우며 하루를 닦아내는 건 힘들었다. 하루는 우울했고, 하루는 또 기분이 괜찮았다. 변덕스러운 룸메이트라도 둔 것처럼 몇 번씩 곤란해졌고, 정답을 맞힌 날에는 괜스레 뿌듯해져서 애인한테 치대며 안겼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하늘이 어두워진다 싶으면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들을 안으며 핸드폰을 보고. 전화가 걸려 오는 날에는 친구들과 몇 시간이고 떠들고. 어쩌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행복해질 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행복이 무거운 고통 속에 짓눌려 보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피로에 절어버린 인간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에 가까웠다. 그때는 온 세상이 내게 말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말라고. 그 말에 그대로 따랐던 것 같다. 그 끝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래서 이제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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